1.홈플러스가 놓친 것들 2. 오아시스, 티몬 인수?
01 홈플러스가 잃어버린 세 가지 무기는
02 오아시스에게 티몬 인수보다 더 시급한 건
03 뉴스 TOP5 - '배송 브랜드 마케팅 시대' 外
|
|
|
design by 슝슝 (w/Midjourney) |
|
|
일단은 다행입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부터 법원의 승인, 공급업체의 납품 중단과 재개까지, 숨 가쁜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업체들이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면서, '티메프 사태'처럼 극단적인 결말은 피할 수 있었는데요. 더욱이 홈플런 행사의 영향도 있겠지만, 매출 역시 전주 대비 오히려 크게 증가하며 영업 활동도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가진 사회적 의미가 큰 만큼, 이번 사태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선은 MBK 파트너스의 경영 실패로 향하고 있는데요. 물론 최근 대형마트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결과론적인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홈플러스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강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탓에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점입니다.
|
|
|
매장 체급, 물류, 그리고 데이터
한때 테스코의 해외 사업 중 가장 알짜배기라 평가받았던 홈플러스가 이렇게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이커머스로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일 겁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만 하더라도, 홈플러스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경쟁사 대비 결코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홈플러스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5.7%로, 이마트(6.2%)와 큰 차이가 없었으니까요. 따라서 이때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커머스 대응을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달라졌을 겁니다.
특히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들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무기 세 가지나 갖추고 있었습니다. 비록 고객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뒷단의 요소들이긴 했지만요. 어쩌면 업계 1위인 이마트보다도, 아마존과의 경쟁 속에서도 입지를 지킨 월마트의 성공을 재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곳이 홈플러스였을지도 모릅니다.
① 더 우월했던 점포 체급
홈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훨씬 넓은 매장 규모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기준, 홈플러스 점포의 평균 영업면적은 1,300평에 달했는데요. 이는 4~500평 수준의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큰 규모였습니다. 특히 900평 이상의 대형 점포 수만 해도 홈플러스는 81개, 반면 경쟁사는 13~16개에 불과했죠.
이런 하드웨어 강점은 자연스럽게 몰링 전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마트 영업 면적을 줄이고 신선식품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유휴 공간을 집객이 가능한 테넌트로 채우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더타운몰', '스타필드 마켓' 같은 공간이 이러한 전략의 결과물이죠.
다만,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대형 점포 수가 제한적이어서 확장에 한계가 있었던 반면, 홈플러스는 이를 빠르게 적용했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홈플러스도 '미래형 점포 모델'인 '메가푸드마켓'을 도입해, 전체 점포 중 26.2%에 달하는 33개 점포에 확대 적용했지만요.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탓에, 일정 부분 성과는 거뒀지만 이마트나 롯데마트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② 가장 앞서 있던 물류 역량
*크로스 도킹: 창고로 상품을 입고시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수령한 상품을 분류 후 바로 배송하는 방식
|
|
|
그런데 홈플러스는 2017년 말, 이 목천 물류센터를 한 부동산 투자사에 매각했는데요. 이후 이곳을 100% 임차해 사용한 곳이 바로 쿠팡이었습니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미 쿠팡도 탐낼만한 강력한 물류 인프라와 축적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홈플러스가 좀 더 적극적인 이커머스 전략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
③ 뛰어난 데이터 활용 역량
이커머스가 오프라인을 앞지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 활용 역량이었습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추천과 맞춤형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미 국내 진출 초기부터 개인화된 쿠폰을 발송하는 등 CRM 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는 역시 테스코의 영향 덕분이었고요. 이러한 역량은 온라인 전환은 물론, 기존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지만, 결국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강점을 극한으로 활용했다고 해서, 홈플러스가 이커머스 전환에 반드시 성공했을 거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홈플러스를 운영했던 테스코가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
|
|
물론 반등은 쉽지 않겠지만요
어쩌면 홈플러스가 기존에 쌓아온 역량과 강점이 뛰어났기에, 여러 어려운 상황과 제약 속에서도 업계 2위 자리를 꿋꿋이 지켜왔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는 그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고 만 거죠.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고 해서, 홈플러스의 상황이 극적으로 좋아지긴 어려울 겁니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쿠팡의 장악력이 이미 상당한 데다, 컬리 등 다른 플레이어들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더욱이 오프라인 역시 점포 수가 계속 줄고 있으며,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하기엔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가 이대로 사라지기엔 그간 쌓아온 역사와 남긴 족적이 너무 아쉽습니다. 2만여 명에 달하는 종업원의 생계가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점포들은 이미 지역 사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니까요. 부디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홈플러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
|
design by 슝슝 (w/Midjourney) |
|
|
아마도 티몬을 인수하려는 건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티몬의 인지도가 더 크고, 티몬 정상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오아시스의 이런 빅네임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도 무려 11번가 인수를 검토한다고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됐었죠. 비록 최종적으로 무산되긴 했지만요.
이처럼 오아시스가 인수에 적극적인 건, 지난해 상장 도전에 실패했던 원인을 인지도와 거래액 규모 부족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흑자 구조를 유지해 온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고, 거래액 규모도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작았던 게 문제였죠. 결국 티몬 인수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이러한 약점을 단번에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
|
|
싸이월드도 부활 못했는데...
다만 개인적으로 오아시스의 문제 인식과 해결 방향에 대해선 다소 이견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래액 규모보다 수익성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입니다. 그리고 오아시스가 꾸준히 흑자를 내온 것은 맞지만, 영업이익률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재작년까지는 이익이 날뿐 이익률로는 아주 낮은 수준이었고요. 비록 2024년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4.6%까지 상승하며, 여전히 1~2%대에 머무르고 있는 쿠팡보다 높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올리브영은 물론 다이소보다도 낮은 수준이죠.
|
|
|
상장을 목표로 하는 오아시스 입장에서는 매출 성장 또는 수익성 개선 중 하나는 반드시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쿠팡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을 이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인수를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성장이 필요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티몬이 오아시스의 스케일업을 위한 최적의 대안인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정상적인 영업 활동조차 어려운 상태라, 고객과 셀러 유입 효과 자체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고요. 게다가 지난해 티몬은 여러 부정적인 이슈와 얽히며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실추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멈춘 서비스를 다시 되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싸이월드죠. 2019년 서비스 종료 이후 수차례 재개를 시도했지만, 결국 정상화에 실패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재오픈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다섯 번째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면서 이 또한 불확실해졌습니다.
싸이월드는 단순히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의 경쟁에서 밀렸을 뿐, 부정적인 이슈로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여전히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방대한 고객 데이터라는 강력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 건데요. 과연 오아시스 품에 안긴 티몬은 다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
|
온오프 통합이 먼저 아닐까요?
더욱이 현재 오아시스의 상황을 보면, 티몬의 자산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인데요. 하지만 지금 오아시스는 내부 자산을 활용하는 옴니채널 구축에서도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아시스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오프라인 점포들입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고, 매장에서 재고를 소진해 폐기율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인 것이 주요한 성공 요인이었죠. 하지만 정작 고객과 관련된 온·오프라인 시너지는 부족합니다. 올리브영이나 무신사가 매장에서 온라인 경험을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동시에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오아시스는 이런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지 않거든요.
따라서 지금 오아시스가 우선해야 할 건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입니다. 고객 구매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포인트 시스템을 활용해 교차 이용을 유도하며 매출을 극대화하는 등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합니다. 이러한 기반이 쌓여야, 설사 티몬 인수가 현실화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
|
|
📣 알려드립니다!
-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 주실 것이 있으시거나, 광고/기고/기타 협업 관련해서는 trendlite@kakao.com으로 메일 주시면 됩니다📧
- 안녕하세요! 채널톡 유튜브 채널, '스몰톡라운지'에 출연하여 트렌드라이트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시고, 댓글과 좋아요 많이 부탁 드릴게요🙏
|
|
|
배송 브랜드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예측은 습관화되고 프로세스화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리마스터'로 나아가야 할 겁니다
성수동 전문가, 제레박이 전합니다
⭐이번 주 커머스 리터러시 보러 가기
광고, 더 이상 방해가 아닌 즐거움이 되려는 이유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