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과 배다른 민족',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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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Focus - 배달의 민족, 누구를 위한 엑시트인가? 01 배달의 민족이 대한민국을 뒤흔드셨다. 02 게르만 민족? 배다른 민족? 배민, 공공의 적이 되버리다... 03 이번에도 배민다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출처 : 한겨레]
01 배달의 민족이 대한민국을 뒤흔드셨다.
배달의 민족이 또오? 지난 12월 13일 배달의 민족발 소식이 스타트업계를 넘어,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물론 배민은 대규모 이슈를 만들기로 유명한 상습범(?)이긴 했습니다. 배달 수수료 전면 폐지 같은 정책 변화로, 때론 딜리버리 로봇 개발 등 투자 이슈로, 그리고 특히, 치믈리에 선발대회, 배민 신춘문예 등 기발한 마케팅 이벤트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긴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건은 쫌 달랐는데요. 무려 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8천억 원에 배민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이하 DH)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배달의 민족]
매각 방식도 남달랐던 배민 그동안 늘 남다른 행보를 보여온 배민 답게, 매각 방식도 기존 다른 스타트업들과는 쪼오금 달랐습니다. 보통은 매각이 되면, 자회사로 편입되기 마련인데요. 예를 들어, 김기사가 카카오에 인수된 후 카카오내비로 전환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배민은 독자 경영을 유지하기로 하였는데요. 심지어 시장 2위, 3위 사업자인 요기요와 배달통이 모두 DH 소속 인데도 불구하고, 별도로 운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 DH와 배민이 공동투자하여, '우아DH 아시아'를 설립! 공동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 특이점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질 회사의 대표도 현 배민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가 맡기로 하였지요. 또한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현 배민의 경영진이 DH 본사 지분도 13% 정도 확보하여, 개인 주주로써는 최대 주주로 등극할 예정이라 하니, 그만큼 DH가 배민의 경영진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도 결국 아시아 배달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의 성공 교과서로 남다 이번 매각은 또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투자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증명해 준 사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그동안도 스타트업의 모범사례였는데요. 매출이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꾸준히 이익도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민이 성장한 뒤에는 초기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은 벤처캐피탈(VC)들이 있었지요. 그리고 이번 매각 건으로 VC들은 한 마디로 대박을 냈습니다. 초기 투자자였던 본엔젤스는 3억 투자로 무려 3천 억의 수익을 기록 원금 대비 1020배의 초대박을 거두었고요. 고작(?) 2년 전에 투자한 네이버도 투자액의 6배나 벌었다고 합니다. 벤처 혹은 스타트업 투자는 사실 투기에 가까운 모험이라 인식되는 경우가 잦은데요. 배민의 모범적인 엑시트 사례가 앞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더욱 확대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동안 여러 긍정적인 이슈들을 만들어낸 배민의 또다른 기분 좋은 사고! 단순 매각이 아니라 전략적인 제휴 관계에 가깝기도 하고, 투자한 VC들에게도 대박을 안겨준 모범적인 사례인데 매각 이후 약 1주일 이상하게 배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점차 커져가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이상하
[출처 : igaworks]
02 게르만 민족? 배다른 민족? 배민,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모르겠네요... 마냥 축하받을 줄만 알았던, 배달의 민족 매각! 하지만 처음부터 악평과 호평이 오가더니, 메인 스트림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해 보입니다. 특히 대중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데요.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것은 이제 게르만 민족이 되어버렸다 입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배민은 애국 마케팅을 해왔는데요. 서비스 명부터가 배달의 민족인데다가, 하필 경쟁사인 요기요와 배달통은 모두 외국계 기업! 초기부터 밀던 캐치 프라이즈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였으니, 말 다한 거죠. 그러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외국에 팔리고, 거기에 늘 국뽕으로 견제하던 경쟁사의 모기업에 팔렸으니, 대중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법도 합니다. 더욱이 매각에 관해 발표하는 보도자료 내에서도 굳이 한번 더 애국심 마케팅을 펼쳤던 것도 마케팅의 귀재 배민 답지 않은 행보였습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99%, 독점의 그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와 규제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igaworks에 따르면, 배민 매각으로 인해 DH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의 무려 98.7%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과거 지마켓을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사례처럼 신사업의 경우 독점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서 매각 자체가 취소될 일은 없어 보이지만, 독점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공포감을 지울 수는 없지요. 요기요-배달통과도 경쟁구도를 유지해가며 독자 경영 체제를 지속해나간다고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어느새 강자가 된 배민, 돌아선 민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보다 팬이 훨씬 많던 배민이 갑자기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건 쫌 의아하긴 합니다. 사실 기존 애국심 마케팅에 대한 배신감이나, 독점에 대한 공포보다, 결정적으로 민심이 돌아선 이유는 배민이 이제 더이상 약자가 아닌 강자의 포지션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배민이 응원받던 가장 큰 이유는 언더독 효과 덕분이었습니다. B급 감성으로 대표되는, 배민의 아이덴티티와 결합되어 이는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하곤 했었지요. 하지만 이제 배민은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공룡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배민 매각에 가장 우려를 표하는 식당 점주들과 대비구도를 이뤄 더욱 배민의 강자 포지션 이미지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계속되는 배달료 상승 등으로 인해 쌓여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번 매각 건으로 모두 배민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배민은 애국심으로 밀어준 국민들을 배신한 기업이자, 소규모 점주들의 등골을 뽑아 돈을 벌고, 배달료 상승의 주범인 주제에 회사 매각으로 큰 돈을 번 나쁜 놈이 되어버린 겁니다. 한순간에 말입니다.
[출처 : 플래텀]
03 이번에도 배민다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위기탈출넘버원, 배달의 민족 성공적인 엑시트로 축배를 들어야 할 배민은 한순간에 위기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잔칫날이 곧 초상날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근데 배민이 이런 위기에 빠진 건 처음은 아닙니다. 여러 번 위기들이 있었습니다. 배달 수수료 이슈로 모든 배달앱들이 비난받던 상황에서, 수수료 전면 폐지라는 묘수로 돌파하기도 했고요. 연예인 쿠폰 논란 때는, 바로 이를 사과하고 VIP 혜택을 늘렸습니다. 치믈리에 선발 대회가 동물 보호 단체 시위로 위기를 맞자, 떡볶이 마스터즈라는 새로운 유형으로 대체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광고비 이슈에도, 늘 고객의 피드백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렇기에 분명 이번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에도, 곧 무슨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봉진이기에 실망했지만, 김봉진이기에 기대해본다 이렇게 늘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의 경영역량일텐데요. 김봉진 대표는 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자로, 능력을 여러모로 인정받고 있는 유능한 CEO입니다. 그의 경영철학을 다룬 배민다움이라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지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스타트업 업계 전반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선 큰 형님같은 존재이기도 했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엑시트 건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그렇게 존재감이 컸기에 실망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김봉진 대표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언제나 기발한 묘수로 시장을 리딩하기도 하였고, 이제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시장이라는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에 라인 이후 글로벌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던 스타트업계에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실제로 그래서 한 라디오에 출연한 중소기업벤처부 박영선 장관도 이번 배민 매각 건은 단순 인수가 아니라, 독일 기업을 역으로 지랫대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매각 소식이 들린지 1주일 정도 지난 상황, 비록 아쉽긴 하지만, 향후 배민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응원할지 비판할지 정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배민 매각 소식을 전하는 김봉진 대표의 사내 메일에 담은 한 책의 구절처럼 배달의 민족이 늘 변화하며 생존하는 기업으로 남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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